[조선일보] 柳氏<田家日記>-이규태

운조루 0 15

柳氏<田家日記>


이규태(조선일보 논설위원)


지리산 옥녀봉(玉女峰)에는 이런 신화가 깃들어 있다. 정욕에 불타오르는 옥녀가 이 산봉우리에서 짝지을 남신(男神)을 기다리다 불어오는 강풍에 꼈던 금반지를 날렸다. 반지는 섹스의 상징임은 동서가 다를것이 없다. 그리하여 그 옥녀의 금반지가 떨어진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자손과 재물이 번창한다는 「금환낙지(金環落地)」라는 풍수설이 형성된 것이다. 그리하여 그 옛날부터 지리산 옥녀봉 인근에는 금환낙지의 명당을 찾아와 사는 풍수이민이 많았으며 특히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求禮郡 土旨面 五美里)가 바로 그 금반지 떨어진 현장이라 하여 금환동(金丸洞)으로 속칭돼 내렸을 정도다.


풍수설에 의하면 토지면에는 금구몰니(金龜沒泥)가 상대(上臺)요, 금환낙지(金環落地)가 중대(中臺)며 오보교취(五寶交聚)가 하대(下臺)로 세 개의 명당이 있다고 구전돼 내렸으며 그중 금 거북이가 진흙 속에 묻혔다는 금구몰니의 명당은 영조(英祖) 말년께인 1770년대에 문화 유씨(文化柳氏)요 부사(府使)벼슬을 지낸 무관 유이주(柳爾?)가 차지하여 자손과 재물이 번창, 그 터에 99칸 집인 운조루(雲鳥樓)를 지어 주요 민속자료로 지정된 그 집에 그의 10대손이 지금도 살고 있다. 그 집을 지을 때 땅에서 거북이 모양의 머리만한 돌이 나와 그 운조루의 가보(家寶)로 전승되고 있으며 그 집 인근에는 나머지 중대 하대의 명당찾아 각지에서 모여든 풍수이민이 살다 떠나가곤 했으나 여태껏 발복을 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오미동 유씨 문중은 풍수설이나 99칸 웅장한 가옥으로 서보다 민간 생활상이나 사회상을 알 수 있는 가장 풍부한 고문서를 많이 간직해 내린 집으로 보다 역사에 기억될 집이다. 서고 동서책장에 총 3백 26종 8백 1권의 책이 전승돼 내렸는데 그중에는 한말에서 2차대전 발발까지 3대에 걸쳐 써 내린 「시언(是言)」이라는 일기와 「전가일기(田家日記)」「가용일기(家用日記)」등이 있어 우리 역사의 가장 격변기의 사회상 생활상 농촌의 실상을 고스란히 전달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중 전가일기와 농가일기 등 당시 농사를 알 수 있는 문헌이 관계학자들에 의해 정리되어 공개됐다. 40만평의 농토가 1백 50년 동안 7천 평으로 줄어드는 과정이 실감나게 적혀있으며, 품삯이며 조기 한 마리 값이며 말단 관리들에의 뇌물 값까지도 적고 있다. 서양 군대의 침입이 잦자 요술(妖術)을 무기화하고자 무당들을 잡아간 것이며 기근에 소나무 껍질 벗기면서 죽어가는 참상등도 적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그토록 고통 받았을까를 새삼스럽게 해주는 위정자에의 고발 일기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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