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비보(裨補) 연못 -조용헌

운조루 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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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에서는 '비보(裨補)'라는 개념이 있다. 모자라는 곳을 도와서 채워 준다는 뜻이다. 어떤 장소든지 100% 완전한 명당은 없기 때문에 약점이 조금씩은 있기 마련이다. 터가 너무 강한 곳은 석탑이나 석상(石像) 같은 것을 세워서 눌러 주고, 약한 곳은 땅을 돋우거나 나무를 심든가 해서 이를 보강하는 방법이다. 인공적으로 연못을 파는 것도 이러한 비보풍수(裨補風水)의 한 가지 방법에 속한다. 이번에 불이 난 숭례문(崇禮門) 앞에도 비보 용도로 파 놓았던 연못이 있었다.


바로 남지(南池)이다. 숭례문에서 서울역 쪽 방향에 판 연못이었다. 지금은 이 연못 터가 메워지고 그 자리에는 '이 연못을 장원서(掌苑署)라는 부서에서 관리하였다'는 내용의 표석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이 남지는 숭례문 밖의 화체산(火體山)에 해당하는 관악산(冠岳山)의 화기(火氣)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용도로 파 놓았던 것이다. 산의 모습이 뾰쪽뾰쪽하고 날카로운 모습의 바위로 되어 있으면 풍수에서는 이를 화체(火體)로 간주한다. 불꽃으로 보는 셈이다. 관악산이 이렇게 생겼다. 강원도 설악산이 또한 대표적인 화체산이다. 그래서 풍수가에서는 설악산 일대의 사찰에서 유달리 불이 많이 났다고 믿는다. 앞산이 불꽃처럼 생긴 바위산이 포진해 있으면, 이런 터의 대문 앞쪽에는 인공적으로 연못을 조성해 놓는 경우가 많았다. 영험한 '기도발'을 중시하는 불교 사찰 터의 앞에는 화체산이 있는 경우가 많지만, 조선시대 일반 주택에서는 이러한 화체산이 바라다 보이는 장소를 되도록이면 피했다.


하지만 좌청룡 우백호나, 터를 감아 도는 냇물과 들판이 좋고, 집 뒤의 배산(背山)이 좋다면 앞에 화체산이 있더라도 위험을 감수하고 주택 터를 잡는 경우가 있다. 구례의 '운조루(雲鳥樓)' 터가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앞산이 약간 화기가 있는 바위산이다. 그래서 운조루에는 대문 앞에 네모진 형태의 연못이 있다. 축대를 쌓아서 인공적으로 조성한 '비보연못'인 것이다. 또 하나 화재 예방 장치는 운조루 대문 앞을 흘러서 나가는 조그만 자연 수로(水路)이다. 이를 내당수(內堂水)라고 부른다. 물론 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이 연못과 수로의 물을 직접 퍼서 사용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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